독일과 프랑스가 독극물 중독 혐의 증세로 의식불명에 빠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44)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롱 프랑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는 망명을 포함해 나발니를 도울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도 "나발니 측이 도움을 요청할 경우 병원 입원 등 의료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그는 독일과 프랑스 중 원하는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베를린의 인권운동가 자카 비질은 이날 현지 신문에 "나발니를 돕기 위한 코마 전문팀이 응급 비행기를 타고 오늘 밤 독일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발니의 몸 상태가 이송될 것 같으면 그를 곧바로 베를린으로 옮기겠다고 덧붙였다.
피질은 2018년 러시아 반정부 록 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 표트르 베르질로프가 나발니와 같은 증세로 중태에 빠졌을 때도 독일로 데려와 치료를 도왔다.
이에 앞서 나발니 대변인은 20일 트위터에 "나발니는 시베리아 서부 옴스크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단 채 치료를 받고 있다"며 "공항 카페에서 마신 차에 든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의 배후가 빨리 밝혀져야 한다"며 "지금까지 나온 정보로는 나발니가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진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푸틴 정권을 겨냥한 발언이다.
나발니가 공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7월에도 부정선거 규탄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상태에서 알레르기 발작을 일으켜 입원한 바 있다. 당시 주치의는 불분명한 화학물질에 중독됐다는 소견을 밝혔다. 2017년에는 괴한의 공격을 받아 한쪽 눈이 부분적으로 실명되기도 했다.
변호사이자 반부패운동가인 나발니 씨는 수십 차례 투옥돼 푸틴 대통령에 맞설 만큼 강력한 야당 인사로 꼽혀 왔다.